2008년 10월 28일
과거의 기억에 대한 반추. -나는 왜 바위를 떠났는가. (1)
전선의 불분명화.
위 글을 읽고나니, 예전에 내가 몸담고 있던 그 곳이 문득 생각나기도 하고, 다시 가 보고 싶기도 했지만(현재까지 금단현상 전혀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바쁘기도 하고.)
저 글을 읽고 있자니 다시금 내가 그 곳을 떠나왔던 이유들 중 하나가 생각났다.
바로 저 글의 말미에 보이는 "과도한 방어본능"이 그 것이었는데, 나는 지금 껏 그 곳에서 벌어진 일련의 토론들 중,
후배가 아닌 선배가 자신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물러나는 것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특히나 오피니언 리더라고 불릴만한,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에는 아예 없었다고 보아도 될 것 같다.
그건 문제가 있는 토론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곳의 중요한 목적을 "건강한 토론의 장"으로 생각하고 나의 게시판을 운영했던 내 입장에선 그 곳에서 문제가 있는 토론만이 펼쳐진다는 사실은떠날 수 밖에 없게 하는 심각한 장애요소였다.
토론의 목적은 누군가가 이기고 지는 것에 있지 아니하고 좀 더 올바른 결론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그 곳의 토론은 토론이 아니다. 그건 그냥 싸움판이다. 투계 두 마리가 싸우 듯, 검투사 두 명이 싸우 듯 어떤 긍정적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 그냥 싸움을 위한, 승리하기 위한 싸움.
대부분의 경우, 싸움의 끝은 둘 중의 하나였다. 그저 다들 흥미를 잃어 그만두거나, 후배가 선배의 말에 수긍하거나. 내가 기억하기로는, 정말 가끔이라도 누군가가 수긍한다면, 그 것은 항상 후배였다. 왜 그랬을까. 그 곳에서 제일 선배라고 해봤자, 이제 겨우 30대 중반일 뿐이다. 사회 전반으로 보면 아직 젊은이에 속하는 사람들일터인데, 무엇이 그렇게 달라서? 나는 그들의 의견이 후배들보다 항상 더 옳았기 때문에 그들이 항상 승리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 그 것은 토론 외의 문제였고, 그러한 문제들은 후배들이 별개의 게시판, 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종종 모여 선배들을 "까는" 이유가 되곤 했다. 그리고 토론 외의, 논리 외의 무엇인가가 토론의 결과를 결정하게 되는 것 역시, 그 곳이 토론의 장이 아닌 싸움터였다고 판단하는 이유이다.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이글루스는 그 곳보다 낫다. 적어도 누군가가 후배라고 더 물러나고 누군가가 선배라고 더 인정받고/옳다고 여겨지고 하는 그런 것은 없으니까.
나는 그 곳에서 오피니언 리더들이 절대로 자기 의견을 굽히지 않는 것에도 회의감을 많이 느꼈다. 나는 그 것이 교만함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저 단순한 "방어본능" 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스스로의 의견이 절대로 옳다고 항상 단정짓는 모습들에서는 어떤 무서움마저 느꼈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라는 것은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라는 건 목숨 걸 수 있는 주제에나 붙이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내게 있어서는 종교문제가 그랬다. 나에게 있어 기독교란 목숨 걸고 지키고 따를/따라야 할 가치니까. 그런데 그 곳에는 사소한 문제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보여주는, 혹은 사소한데 목숨거는 사람들이 있었다. 많은 오피니언리더들이 그랬다. 그들은 나의 "교만함"이라는 정죄에 이렇게 답변할 것이다. 나는 내 의견을 굽힐 줄 아는 사람이라고. 실제로도 내가 잘못되고 틀렸음을 고백한 사례들이 있다고.
그러나, 그러한 사례들은, 전부 "스스로 잘못되고 틀렸음을 지적한" 사례들이었다. 무슨 말이냐면, 나는 지금껏 그 사람들이 토론 도중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설득"당하거나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항상, 토론이 끝나고 난 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그랬던 것이었다. 결국 누구에게도 지지 않고 오로지 자신에게만 지던 사람들. 자신만이 자신을 이기고 지적하고 고치고 할 수 있다는 그 태도는, 뭐랄까, 자신감의 발로라거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교만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 대부분이 평생 주로 승리만을 해왔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패배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패배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혹은 이미 자신이 상정하고 있던(즉 미리 포기했던) 것들에서만 패배를 해왔기 때문에, 절대로 패배를 만들고자 하지 않는 그런 자아가 생겨났고, 그러한 자아의 발현/집합이 그 곳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딘가에 패배자가 있기 때문에 승리자도 있는 것이다. 모두 자신이 승리자가 되고자 하는, 패배자가 되는 경우는 가정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 그런 상황은, 결국 그 곳을 그저 싸움판으로 만들고 말았다. 누구도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은 결국 토론 외의 것이 토론의 결과를 정리하도록 만들고야 말았다. 그 것이 의도된 것이 아닐지라도.
그리고 그 싸움판은 분명 피곤하고, 때로는 짜증나고, 결국 증오할 수 밖에 없는 대상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 곳을 떠났다. (물론 이 것만이 이유는 아니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그 곳에 다시 돌아가는 날은, 아마도 저 곳이 건강한 토론의 장이 되는, 검투사들의 서로 죽이려는 싸움이 아니라 때로는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면서 좀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토론을 하는 그 날이 되겠지만, 내가 볼 때 저 커뮤니티에서 저게 없어지는 날은 한나라당(혹은 그 후신)이 국회에서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지 못하게 되는 날 만큼이나 요원한 것 같다.
PS.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제가 느낀 바, 제가 떠나온 이유를 개인적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제 글이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것은 당신의 시각에서 본 것이고, 당신이 보는 그 곳에서는 충분이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바라보고 있던 단면은 저랬고, 제가 바라본 이 모습 역시 그 곳의 모습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위 글을 읽고나니, 예전에 내가 몸담고 있던 그 곳이 문득 생각나기도 하고, 다시 가 보고 싶기도 했지만(현재까지 금단현상 전혀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바쁘기도 하고.)
저 글을 읽고 있자니 다시금 내가 그 곳을 떠나왔던 이유들 중 하나가 생각났다.
바로 저 글의 말미에 보이는 "과도한 방어본능"이 그 것이었는데, 나는 지금 껏 그 곳에서 벌어진 일련의 토론들 중,
후배가 아닌 선배가 자신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물러나는 것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특히나 오피니언 리더라고 불릴만한,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에는 아예 없었다고 보아도 될 것 같다.
그건 문제가 있는 토론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곳의 중요한 목적을 "건강한 토론의 장"으로 생각하고 나의 게시판을 운영했던 내 입장에선 그 곳에서 문제가 있는 토론만이 펼쳐진다는 사실은떠날 수 밖에 없게 하는 심각한 장애요소였다.
토론의 목적은 누군가가 이기고 지는 것에 있지 아니하고 좀 더 올바른 결론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그 곳의 토론은 토론이 아니다. 그건 그냥 싸움판이다. 투계 두 마리가 싸우 듯, 검투사 두 명이 싸우 듯 어떤 긍정적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 그냥 싸움을 위한, 승리하기 위한 싸움.
대부분의 경우, 싸움의 끝은 둘 중의 하나였다. 그저 다들 흥미를 잃어 그만두거나, 후배가 선배의 말에 수긍하거나. 내가 기억하기로는, 정말 가끔이라도 누군가가 수긍한다면, 그 것은 항상 후배였다. 왜 그랬을까. 그 곳에서 제일 선배라고 해봤자, 이제 겨우 30대 중반일 뿐이다. 사회 전반으로 보면 아직 젊은이에 속하는 사람들일터인데, 무엇이 그렇게 달라서? 나는 그들의 의견이 후배들보다 항상 더 옳았기 때문에 그들이 항상 승리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 그 것은 토론 외의 문제였고, 그러한 문제들은 후배들이 별개의 게시판, 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종종 모여 선배들을 "까는" 이유가 되곤 했다. 그리고 토론 외의, 논리 외의 무엇인가가 토론의 결과를 결정하게 되는 것 역시, 그 곳이 토론의 장이 아닌 싸움터였다고 판단하는 이유이다.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이글루스는 그 곳보다 낫다. 적어도 누군가가 후배라고 더 물러나고 누군가가 선배라고 더 인정받고/옳다고 여겨지고 하는 그런 것은 없으니까.
나는 그 곳에서 오피니언 리더들이 절대로 자기 의견을 굽히지 않는 것에도 회의감을 많이 느꼈다. 나는 그 것이 교만함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저 단순한 "방어본능" 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스스로의 의견이 절대로 옳다고 항상 단정짓는 모습들에서는 어떤 무서움마저 느꼈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라는 것은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라는 건 목숨 걸 수 있는 주제에나 붙이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내게 있어서는 종교문제가 그랬다. 나에게 있어 기독교란 목숨 걸고 지키고 따를/따라야 할 가치니까. 그런데 그 곳에는 사소한 문제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보여주는, 혹은 사소한데 목숨거는 사람들이 있었다. 많은 오피니언리더들이 그랬다. 그들은 나의 "교만함"이라는 정죄에 이렇게 답변할 것이다. 나는 내 의견을 굽힐 줄 아는 사람이라고. 실제로도 내가 잘못되고 틀렸음을 고백한 사례들이 있다고.
그러나, 그러한 사례들은, 전부 "스스로 잘못되고 틀렸음을 지적한" 사례들이었다. 무슨 말이냐면, 나는 지금껏 그 사람들이 토론 도중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설득"당하거나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항상, 토론이 끝나고 난 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그랬던 것이었다. 결국 누구에게도 지지 않고 오로지 자신에게만 지던 사람들. 자신만이 자신을 이기고 지적하고 고치고 할 수 있다는 그 태도는, 뭐랄까, 자신감의 발로라거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교만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 대부분이 평생 주로 승리만을 해왔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패배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패배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혹은 이미 자신이 상정하고 있던(즉 미리 포기했던) 것들에서만 패배를 해왔기 때문에, 절대로 패배를 만들고자 하지 않는 그런 자아가 생겨났고, 그러한 자아의 발현/집합이 그 곳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딘가에 패배자가 있기 때문에 승리자도 있는 것이다. 모두 자신이 승리자가 되고자 하는, 패배자가 되는 경우는 가정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 그런 상황은, 결국 그 곳을 그저 싸움판으로 만들고 말았다. 누구도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은 결국 토론 외의 것이 토론의 결과를 정리하도록 만들고야 말았다. 그 것이 의도된 것이 아닐지라도.
그리고 그 싸움판은 분명 피곤하고, 때로는 짜증나고, 결국 증오할 수 밖에 없는 대상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 곳을 떠났다. (물론 이 것만이 이유는 아니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그 곳에 다시 돌아가는 날은, 아마도 저 곳이 건강한 토론의 장이 되는, 검투사들의 서로 죽이려는 싸움이 아니라 때로는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면서 좀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토론을 하는 그 날이 되겠지만, 내가 볼 때 저 커뮤니티에서 저게 없어지는 날은 한나라당(혹은 그 후신)이 국회에서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지 못하게 되는 날 만큼이나 요원한 것 같다.
PS.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제가 느낀 바, 제가 떠나온 이유를 개인적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제 글이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것은 당신의 시각에서 본 것이고, 당신이 보는 그 곳에서는 충분이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바라보고 있던 단면은 저랬고, 제가 바라본 이 모습 역시 그 곳의 모습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by | 2008/10/28 10:21 | 홍紅염炎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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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오피니언리더(개뿔-_-;;)들 게시판 안들어가고,
친목을 도모하며 친구들끼리 알콩달콩 하고,
로보스군 보드서 싸움나면 스크롤 다운하고..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