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라는 건

"주권이 국민에게 있으며 국민에 의해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주의"
라고 한다. (민중서림 엣센스 국어사전)

대체로 저러한 주권 행사는 투표나 여러가지 정치 활동들을 통해 행사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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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민주주의는 그냥 이루어 지지 않았다. 가까이는 87 항쟁부터 멀리는 프랑스 대혁명까지, 끝없이 뜻 있는 사람들의 피와 땀이 흘려진 끝에 이루어진 체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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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광우병 반대 집회에서 중고등학생들이 상당수 참여했다고 하는데,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릇된(혹은 과장된) 정보에 의하여 선동된, 한국 민주주의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라는 의견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의 십대들이 단체로 하나의 목적을 향해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들이야 말로 우리 민주주의의 씨앗이다." 라는 의견이다.

이게 암울한 현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알기로 민중은 언제 어느 때나 선동되고 호도되어 왔고, 만일 그것이 잘못된 형태라면 올바른 방향으로 선동하지 못한 것일 뿐, 굳이 "암울한 현실" 운운하며 괴로워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결국, 어디로 선동되느냐의 문제일 뿐이라는 거다.) 한국 민주주의만 지금 이렇게 암울한 게 아니라, 예전부터 그래왔고 지금도, 앞으로도 민주주의는 이럴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속단하는 것은 조금 위험한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몇 천년 째 민중은 선동되어 왔으니 아마 거의 확실할 것이다.)

두 번째 시선에 대해서는 조금 더 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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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씨앗"들, 혹은 그들이 민주주의의 씨앗이라 주장하는 이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그들의 그러한 "움직임"은 무엇을 희생할 것을 각오한 것이였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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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을 각오하지 않은 단순한 "움직임"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내가 저 촛불집회에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목적으로, 어째서 그렇게 움직였는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자, 그럼 물어보자. 촛불 집회가 쇠고기 수입을 막기 위해 어떠한 역할을 했나? 민의를 알렸다고?

현 정부가 국민들 중 대다수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나?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이번의 촛불 집회가 정부에 어떠한 실질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모임-가령 국회같은-이었나?
그렇지 않다.

그럼 무엇인가? 단지 모두들 알고 있는 기정 사실 -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을 반대한다 - 을 다같이 모여 한 번 더 이야기 한 것에 지나지 않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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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물어보자. 정부가 "아니 이런 중고등학생들까지 모여서 시위를 해대다니, 역시 쇠고기 수입은 잘못된 일이었어."라고 할 것같은가? 지금까지 여러 국민 여론들을 받아들이는 정부의 모습을 볼 때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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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국산 쇠고기가 싫은가? 그것에 대해 주권을 행사하고 싶은가?
그럼 한 사흘이라도 단식투쟁을 시작해봐라. 청와대로 당당하게 몰려가 대통령을 비난하라. 돈을 모아 미국으로 비행기를 타고와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벌여라. 삭발 시위를 해라. 공부할 시간을 쪼개서 광우병에 대한 논문도 찾아서 읽어보고 공부도 하고 그래라.

너희가 정말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도, 너희의 주권을 위해서는 포기할 각오가 되어있다는 그런 무서운 의지, 무서운 분노를 보여줘라.

그런다면, 너희는 정말 민주주의의 씨앗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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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도자가 두려워하는 국민은, 그냥 행동을 할줄 아는 국민이 아니라,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고 행동을 할 수 있는 국민이다. 그냥 몰려만 다닌다고 민주주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게 아니란 말이다.

막말로, 정부가 특별법을 발효해서 "앞으로 집회에 참여하는 중고등학생들은 24시간 교복착용의무와 강력한 두발 단속기준을 적용하겠습니다." 라던가, "내신 등급을 1단계 하향 조정하겠습니다." 같은 제약을 걸었을 때, 그래도 길거리로 나와 투쟁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과거 민주화 항쟁들의 그 "시위"와 "집회"가 높게 평가되었던 것은, 그 것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빨갱이라 욕을 먹으며, 최루탄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심지어 국가기관에 잡혀가 고문을 당하거나 결국 죽음까지 당하게 되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그 모든 "희생"을 각오하고 끝까지 자신의, 민중의 주권을 주장하는 그런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지, 그들이 그냥 단순히 모여서 시위를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지금의 촛불시위는 무엇을 희생시킬 수 있는 각오가 되어 있는가.

희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다. 희생은 없을수록 좋다. 그러나, 그러한 각오가 없이는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라 불릴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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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紅炎卿 | 2008/05/08 10:19 | 홍紅염炎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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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루나고양이 at 2008/05/08 11:17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닉네임이 눈에 익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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